[여의도풍향계] 퇴행으로 이어지는 나쁜 정치…정국 삼킨 '색깔론'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여야의 대립이 점입가경입니다.<br /><br />외교·안보 공방은 이제 때 아닌 '색깔론' 공세로까지 번졌는데요.<br /><br />구태 담론이 반복되며 정치의 퇴보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'적대감'과 '위기감'.<br /><br />한국 정치에서 이 두 가지 부정적 정서가 뒤섞일 때면, 음습한 토양을 바탕으로 극단의 양분론이 자라곤 했습니다.<br /><br />이것이 등장하는 순간 비판은 이성을 잃고 상식은 퇴보했는데, 바로 '색깔론'입니다.<br /><br />주로 선거철 유령처럼 출몰하던 색깔론이, 최근 여의도에선 민생 현안 점검에 집중해야 할 국정감사 기간에 등장했습니다.<br /><br />먼저 불을 지핀 것은 한미일 연합 훈련에 대한 야당의 '친일 국방' 공세.<br /><br />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여한 한미일 동해 연합훈련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, 친일론을 띄웠습니다.<br /><br /> "일본의 군사 이익을 지켜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. 그야말로 극단적 친일행위다, 대일 굴욕 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 아니냐…"<br /><br />'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릴 수 있다', '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' 등 이 대표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였고, 특히 욱일기 언급에는 국민의힘도 '국민을 현혹하는 망언'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.<br /><br />대통령실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삼각 공조를 강조했지만,<br /><br /> "한미일 3자 안보 협력으로 우리 국민을 지켜내는 동시에 북한이 핵을 내려놓은 그 손에 자유와 평화, 번영이라는 미래를…"<br /><br />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덮기 위해 남북 긴장관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.<br /><br />손뼉도 마주치면 소리가 나는 법.<br /><br />민주당의 친일 국방론에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강경 발언으로 불을 지폈습니다.<br /><br />'앞잡이', '조선 총독' 등 논리 없이 쏟아지는 맹공에 여당도 '죽창가 변주곡'과 '인공기' 등을 거론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 "한반도에 욱일기가 걸릴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럼 인공기는 걸려도 괜찮다는 말씀입니까."<br /><br />여기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이 도화선이 됐습니다.<br /><br />정 위원장은 '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고,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'고 주장했습니다.<br /><br />역사적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,<br /><br /> "진의를 호도하고 왜곡하면 안 된다…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에요."<br /><br />민주당에선 '식민사관' 공세가 뒤따랐습니다.<br /><br />급기야 정 위원장의 조부까지 거론됐고,<br /><br /> "(정 위원장 조부는) 만주사변에서 공을 세운 것으로 조선 총독부가 만주사변 공로자 공적 조서까지 작성해 준 사람입니다."<br /><br />야권은 정 위원장에 대해 국회 징계안을 제출했습니다.<br /><br />출구 없는 전쟁 속에 국감도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습니다.<br /><br />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충돌이 재연됐습니다.<br /><br /> "'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.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' 이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까."<br /><br /> "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."<br /><br />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'김일성주의자'로 연결시키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.<br /><br /> "문재인 (전)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'김일성주의자'입니다."<br /><br />이에 국감장에서 결국 퇴장 조치가 결정됐고,<br /><br /> "다수의 힘으로 그렇게 퇴장시킨다면 우리가 뭘로 막겠습니까."<br /><br />갈등과 파행만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정치 오염과 혐오만 퍼뜨리는 색깔론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.<br /><br />정치권에선 흔히 세 결집 그리고 국면 전환 효과라는 두 가지 배경을 꼽습니다.<br /><br />색깔론이 움트기 시작한 수십 년 전으로 가보겠습니다.<br /><br />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당시 후보는 윤보선 후보로부터 '빨갱이'라는 색깔론에 휘말렸습니다.<br /><br />남로당 경력을 문제 삼은 공세였는데, 최종적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은 패배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세 결집을 이루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박정희 전 대통령도 집권 후에는 정적 탄압에 색깔론을 앞세웠습니다.<br /><br />이후 정치권에선 '친일과 종북', '우파와 좌파'로 대변되는 색깔론이 잊을 만하면 '좀비'처럼 나타나 기승을 부렸습니다.<br /><br />최근 20대 대선을 비롯해 특히 선거철에는 어김없었는데, 한 번 등장하면 모든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습니다.<br /><br />외견상, 위기 극복이나 지지층 결집에 일시적 효과가 있다는 판단으로 반복돼 온 극약 처방이지만, 정치권에서도 회의적 시각과 '한국 정치 퇴보'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.<br /><br />일제 침탈과 동족상잔을 겪은 한반도에서, 민족의 상처를 공세의 도구로 이용하는 색깔론의 반복은 어찌보면 비극 그 자체입니다.<br /><br />그 아픔을 아는 국민에게는 아물어 가는 상처의 딱지를, 몇 번이고 다시 떼어내는 고통일 것입니다.<br /><br />미국의 정치인 로버트 케네디는 '진정으로 건설적인 힘은 폭탄이 아니라 창의와 연민, 그리고 너그러움에서 나온다'고 했습니다.<br /><br />공멸을 향한 분열의 정치가 아닌 공생을 향한 화합의 정치에서, 위기 극복의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#여야 #친일 #색깔론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